주한이라크명예영사관

2002-10-11 매경ECONOMY

 

"UN에 따르면 이라크에 가해진 경제제재로 인해 50만명이 넘는 5살 미만 어린아이들이 물자 부족으로 사망했습니다. 5살 이하 아이들 중 25%가 만성적인 영상실조 상태이며, 매년 5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먹지 못해 굶어 죽어가고 있답니다."

 

주한 이라크 명예영사로 활동 중인 신세원 HI&T 사장 (30).

그는 "보호받고 행복해야 할 소중한 생명인 이라크 어린아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현실의 책임은 국제사회에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당연히 미국과 영국에 의한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며 UN의 역할에 한 가닥 희망을 건다.

 

한국과 이라크는 91년 걸프전 이후 국교가 단절된 상태. "이라크 비자가 필요하면 저에게 오셔야 합니다. 저희가 주일이라크 영사관을 통해 비자를 발급해주고 있지요."

 

신 사장이 주한이라크 명예영사로 위촉된 것은 2000년 9월.

당시 이라크 외무성과 국회 요청으로 외교통상부 장관으로부터 주한 이라크 명예영사 지위를 임명 받고 이라크 외무성 장관에게 임명장을 받았다.

 

"99년에 돌아가신 선친께서 생전에 이라크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신 결과였다고 봅니다. 대물림이라고나 할까요. 아버님께선 95~96년 이라크 총영사로 근무할 때부터 이라크에 대해 의약품 원조 등 인도주의적 지원에 앞장섰으니까요."

 

신 사장은 영국 옥스퍼드애에 유학, 정치 경제 철학 3개 과정을 동시에 전공하고 98년 말 귀국했다. 그는 현재 사이버 출판사인 올4U.net, 미국 현지법인 한온 인터내셔널, 이라크 석유광구 개발업체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이 중 주목을 끄는 것은 할파이어 광구개발 사업.

"91년 걸프전이 일어나기 직전이었어요. 세계 7대 원유 광구 중 하나로 불리는 이라크 '할파이어'광구권을 저희가 따냈죠. 막대한 개발투자 비용을 덜기 위해 삼성물산, SK, 석유공사, HI&T 등 4개사가 각각 25%씩 8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저희가 간사 회사를 맡았습니다. 이라크 정부와 정식 계약을 하고 본격적인 시추작업에 들어가려던 참에 걸프전이 터지는 바람에..." 그는 "할파이어 광구엔 한국이 17년간 쓸 수 있는 원유량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며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로 시추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2000년 12월에도 바그다드 등 이라크 전역에 모바일 네트워크, 인터넷 통신망 등 유, 무선 광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대규모 사업을 수주, 그야말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라크 정부가 발주한 범국가적 정보 인프라 구축사업이었습니다. 프랑스 알카텔 등과 경쟁 끝에 어렵게 따낸 뒤 국내 대기업 3개사와 컨소시업을 구성했지만 이 또한 경제제재 조치 여파로 부진합니다."

 

HI&T가 수주한 이 공사는 컨설팅 규모만 2억 달러, 실제 시공비는 우리 돈으로 30조원에 이르는 '빅'프로젝트다.

 

"의약품과 식량이 모자라 앓거나 굶어 죽는 이라크 어린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굳이 인도주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라크는 석유 등 무궁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미력하나마 한국과 이라크간 징검다리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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